경찰 감찰팀은 왜 검찰 조사가 궁금했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9차 공판에는 임판준·김수미 당시 서울청 디지털증거분석관이 나왔다. 이날 증언 과정에서 ‘말 맞추기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청 감찰팀이 검찰 수사를 받은 경찰을 조사했다는 것이다.

전혜원 기자(woni@sisain.co.kr)

이번 재판에도 8차 재판과 마찬가지로 당시 김하영 직원의 컴퓨터를 분석했던 분석관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도 나왔던 임판준·김수미 서울청 디지털증거분석관은 법정에서도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과 정반대 증언을 했습니다. 두 사람은 중간수사 발표는 허위가 아니며, 그때까지 분석 과정에서 나온 합리적인 결론이라는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10월24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9차 공판에 임판준·김수미 당시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관이 나왔다. 두 사람은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와는 다른 증언을 했다. 분석 범위를 축소하지도 왜곡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날 증언 과정에서 경찰의 말 맞추기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청 감찰팀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경찰을 조사한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지난 공판 때, 검찰은 재판 때마다 경찰 정보과 형사들이 방청을 한 뒤 내용을 보고한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임판준 분석관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 (서울청 증거분석 장면을 담은 CCTV 화면을 제시하며) 증인은 증거분석 과정에서 좌파·우파 글에 대한 자기들 대화 내용이 녹음될 걸 우려해서 (다른 직원에게) 볼륨을 줄이라고 지시했죠?

임판준: 글은 못 봤지만 사적인 추정을 이야기하는 것들이라, 국정조사나 이런 데 나가게 되면 문제가 되지 않느냐고 다른 분석관에게 이야기했고, 그랬더니 다른 분석관이 (볼륨을) 끌 순 없고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검사: 김하영 노트북에서 나온 아이디·닉네임으로 작성된 이정희 ‘남쪽 정부’ 발언을 비난하는 글이 발견된 것도 보고받아서 알았죠? 특히 이정희 관련 글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농후하다고 봤죠?

임판준: 맞다. 선거법 위반 여지가 좀 있었다.

검사: 그런 이유로 그 글을 직접 사이버대장과 수사과장에게 가져가서 보고했죠?

임판준: 그런 여지 때문에….

검사: 어쨌든 보고한 건 맞죠?

임판준: 저희 분석 범위에 해당 안 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검사: 보고한 건 맞죠?

임판준: 맞다.

검사: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사실은 조사를 받고 돌아가면 본청 감찰에 조사받은 내용을 일일이 이야기해야 하니 어떤 내용은 안 남겼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 했죠?

임판준: 예, 그런 부분도 있다.

검사: 본인 외 다른 경찰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임판준: 조사 과정도….

판사: 서울청 감찰인가? 본청 감찰인가?

임판준: 서울청 감찰팀이 ‘몇 시 조사받았나’ ‘내용은 한 줄로 얘기해줘라’ 이렇게.

판사: 그럼 아까 검찰 조사 당시 빨리 끝내고 싶고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허위 진술한 부분도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는데, 감찰팀에 돌아가서는 허위 진술했다고 보고했나?

임판준: 감찰팀에 그런 걸 보고할 이유는 없는 거 같다.

임판준 분석관에 대한 변호인 신문

변호사: 마이크 볼륨 줄이려는 취지는 이 사건이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하기도 하고 자신의 정치 성향이 드러날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이라 분석관들 사이에서 개인 의견을 피력할 땐 볼륨을 줄이려는 의도였죠?

임판준: 개인적으로 사소한 의견이라든지 추정하는 것들이 있지 않나. 그런 게 외부로 나가는 건 조금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변호사: 지난 기일(10월18일)에 장기식 분석관이 증인으로 나와서 “분석보고서에 분석기법이라든가 이런 게 들어가면, 이것이 외부로 공개될 경우 경찰청 서울청의 분석기법 그런 게 유출될 걸 우려해서 최대한 모호하되 정확하게 쓰자는 분위기”라고 증언한 바 있다. 증인도 그런 의도를 갖고 있었나?

임판준: 모호하게… 그런 건 아니다.

김수미 분석관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 (서울청 증거분석 장면을 담은 CCTV 화면을 제시하며) 증인은 (김하영 노트북을 분석하며) “진짜 정치적으로 룰을 지키지 못한 건 맞아요. 근데 요거는 지금 오유 게시글이 다 삭제됐어요”라고 말했는데 정치적으로 룰을 지키지 못했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김수미: 그 아이디들이 분석 대상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약간 뭔가 성향이 있는 아이디들이 아닌가 싶어서 당시에 저런 대화를 나눴던 거 같다.

검사: CCTV 내용을 보면 증인도 (국정원 직원이) 삭제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죠?

김수미: 아마 국정원 직원이 삭제했다는 의미는 아닐 거고….

검사: (지난해 12월17일 수서서에서 열린 기자회견 화면을 제시하며) 당시 기자들이 노트북에 게시글 흔적이 없다고 해도 국정원 직원이 자료를 삭제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왜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나?

김수미: 그 부분은 인터넷 접속 관련 부분이라 임판준 분석관에게 문의해야 하는데. 정확하게 저때 몸이 되게 안 좋아서 거의 쓰러졌다 다시 나온 상황이라 정신없던 게 맞고, 그래서 임 분석관에게 확인하러 나갔던 거 같다.

검사: 답변 못한 거 맞죠?

김수미: 정확하게 기자 질문을 이해 못했던 거 같다. 지금 들어도 사실 이해가 잘 안 된다.

검사: (서울청 증거분석 장면을 담은 CCTV 화면을 제시하며) 증인은 “이거 되게 민감한 거고 우리는 특정 프로그램이 있는지만 확인했지 실제로 모르는 게 있는지 없는지 모르잖아요. 누가 했어요? 이거 누가 발견했어요? 그럼 우리 죽어요”라고 말했는데 어떤 내용인가?

김수미: 우리가 확인한 것만 명시하자는 취지로….

검사: 구체적으로 “이걸 왜 넣어? 넣지 마”라고 하는데 이거는 무슨 의미인가?

김수미: 그건 기억이 안 난다.

검사: 지난해 12월17일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 방문 왔을 때, 김민기 의원이 경찰이 복구하면서 확인된 내용 중 아무거나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증인은 (김하영의) 맛집 블로그 검색을 이야기했다.

김수미: 예, 데스크톱 분석팀에게 이런 것도 봤다고 한 기억이 나서.

검사: 여러 가지 (복구 내용이) 있는데 맛집을 말한 이유는 뭔가?

김수미: 국정원 업무라 생각해서 대북 관련이나 그런 건 남의 업무고,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은 없는 것 같은데 얘기하기가 애매해서 평이하고 무난한 걸로 말했다.

김수미 분석관에 대한 변호인 신문

변호사: 증인과 같은 분석조를 이룬 장기식 분석관이 지난해 12월14일 20시에서 21시경 김하영 직원 노트북에서 30개 아이디·닉네임이 적힌 메모장 파일을 발견했죠. 경위가?

김수미: 삭제 파일 복구하는 프로그램만 띄우면 확인 가능한 부분이 있었고, 특정 모듈을 돌려야 확인 가능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확인 가능한 형태로 (메모장 파일이) 남아 있었던 걸로 안다.

변호사: 즉, 메모장 파일은 전문삭제 프로그램 없이 삭제되어 발견된 거죠?

김수미: 맞다. 전문 프로그램 사용했으면 못 봤을 거다.

변호사: 그것만으로 (당시 김하영이 그 아이디·닉네임을 사용했다고) 확정할 수 있었나?

김수미: 메모장 보면 ‘선동글 무력화’란 내용도 있고, 아이디·닉네임도 있었지만 분식점·미용실 관련 내용도 있어서 개인의 메모를 적은 걸로 판단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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