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보고 밤새 술 마시고 울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13차 공판에서는 검찰이 피고인을 직접 신문했다.
김용판 전 청장은 재판부에 발언권을 요구해 “검찰이 짜깁기 기소를 한 것 아니냐”라며 항변했다.

전혜원 기자(woni@sisain.co.kr)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재판이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12월26일 김 전 청장의 최후변론에 이어 검찰은 구형을 내릴 예정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1월 초에 먼저 김 전 청장에 대해 선고를 한다. 이에 앞서 12월19일 진행된 재판에서는 그동안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던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또 소환장이 전달되지 않아 박 전 국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국정원을 그만둔 뒤 주소지가 확인되지 않아 출석을 통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피고인 김용판 전 청장을 직접 신문했다.

김용판 피고인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 : 피고인은 12월11일 김하영 직원 사건이 발생한 날 이종명 국정원 3차장과 식사를 했다. 그날 밤 통화도 했는데 어떤 내용인가?

김용판 : 이 차장이 계속 이런 대치 상태로 가면 어떻게 되냐고 묻기에 당연히 법과 원칙에 따라 강제 수사 등의 절차를 밟는다고 말했다.

검사 : 당시 이광석 수서경찰서장으로부터 국정원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의 필요성과 신청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한 사실이 있죠?

김용판 : 그렇다.

검사 :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 요지는 인터넷 및 휴대전화를 이용해 특정 후보자, 정당을 위해 댓글을 다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정원법을 위반했다는 취지였죠?

김용판 : 아니다. 그렇게 보고받은 게 아니다.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요건은 부족하지만 민주통합당에서 강력히 요구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모든 책임을 경찰이 덮어쓴다고 (이광석 서장이) 이야기해서, 그런 여러 필요성 때문에 서장의 입장을 존중해서 승인한 것이지 내용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는 아니었다.

검사 : 당시 영장의 범죄 사실 요지인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취지를 알고 있었나?

김용판 : 몰랐다.

검사 : 그 후 국정원 직원 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의 신청 보류를 지시한 사실이 있죠?

김용판 : 본청장(당시 김기용 경찰청장)의 재검토 지침을 제가 수서서에 전달한 건 맞다.

검사 : 이광석 서장은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오전에는 영장 신청에 동의했던 내용을 오후에 는 번복해 보류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맞나?

김용판 : 결국은 본청(경찰청) 지침이 수서서장에게 전달됐기 때문에 보류된 것은 맞다.

검사 : 피고인은 김병찬 서울경찰청 수사2계장을 통해 국정원 입장을 전달받지 않았나?(김 계장이 12월11~16일 서울경찰청을 담당한 국정원 연락관 안 아무개씨와 50여 차례 통화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김용판 : 전혀 받은 적 없다.

검사 : 압수수색 영장 보류와 관련해서 12월12일 권은희 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영장 신청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나?

김용판 : 거듭 말하지만 영장 신청 문제는 ‘내가 지시했다’ 이런 차원이 아니다. 나도 처음에 분명히 영장 신청에 대해 공감했고 건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청장(김기용)의 강력한 지침에 따라 보류되었다. (서울청) 수사과장이 진행 과정을 보고하면서 권은희 과장을 칭찬?격려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해 전화했다.

검사 : 12월16일 피고인 주재 회의에서 밤 11시 보도자료 배포와 다음 날 오전 9시 언론 브리핑 방침을 결정하고 최종 확정한 건 맞죠?

김용판 : 그건 ‘서울청장이 최종 확정했다’고 표현하는 건 적절치 않다. 기본적으로 발표는 경찰청에서 증거 분석이 나와 경찰 내부에 공감대가 확산된 내용이기 때문에, 저희들도 그날 밤에 해야 될지 (다음 날) 아침에 해야 될지를 두고 충분히 내부 논의를 거쳤다. 그다음 의견을 본청장(김기용)에게 보고했다. 본청장님도 시간에 관계없이 발표하겠다고 해서 승인한 것이고 그렇게 굴러간 것이다. 한 사람 의견으로만 확정해서 지시했다는 건 적절치 않다.

검사 : 피고인 지시로 수기 보고가 이뤄졌는데, 서울청 수사과장이 보고한 수기 보고서에는 ‘김하영 직원의 삭제된 메모장 텍스트 파일 발견됐다. 거기에 다수 아이디?닉네임 기재돼 있었고, 김하영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가 기재된 건 맞나?

김용판 : 기억이 전혀 안 난다. 기본적으로 (수기 고서) 안에 내용은 기억나는 게 없고, 아이디?닉네임 정도는 기억나는 것 같다.

검사 : 피고인은 12월16일 오전에 이미 서울청 수사과장을 시켜 수서서장에게 연락해 보도자료 초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사실 있죠?

김용판 : 전혀 아니다. 오후 2시에 출근했다.

검사 : 권은희 수사과장에 따르면, 사이버수사대장 등은 12월17일 브리핑에 참석했지만 분석 결과물을 수사팀이 돌려주지 않아서 그 후 수사팀에서 수차례 재촉했다. 이에 서울청은 ‘압수물은 임의 제출물이기 때문에 임의 제출자(김하영)에게 직접 돌려주겠다. 석 자료가 유출되는 경우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발생한다. 서경찰서에서 유출시키지 않더라도 검찰에서 유출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했다는데, 이런 내용을 보고받았나?

김용판 : 보고받은 적이 전혀 없다. 나도 재판을 통해서 봤지만 권은희의 일방적인 발언에 의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검사 : (수서서가 보낸 디지털 증거 분석물 반환 요청 공문을 제시하며) 서울청에서 분석 결과물을 계속 보내주지 않자 수서서에서는 12월18일 오전 서울청에 이 공문을 보내서 분석 자료를 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른다. 피고인은 하급청이 상급청에 이와 같이 공문을 보낸 것을 본 적이 있나?

김용판 : 글쎄, 저 공문을 보냈다는 것도 사실도 재판 과정을 통해서 알았다.

김용판 피고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변호사 : 피고인은 12월12일 오전에 김기용 청장에게 수서서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려고 하는데 승인해주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지휘 보고를 한 사실이 있죠?

김용판 : 그렇다.

변호사 : 그런데 김기용 청장이 피고인에게 영장 신청을 재검토하라는 지침을 내렸죠?

김용판 : 그렇다.

변호사 : 피고인은 12월12일 오후에 권은희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도 밤샘하느라 고생 많았다. 사시 출신이라 역시 똑똑하다’ 등의 격려성 발언을 한 사실이 있죠?

김용판 : 그렇다. 전체 통화 4분 중에 3분30초 가까이 칭찬했다.

변호사 : 이렇게 칭찬·격려하며 ‘압수수색 영장 소명자료가 부족해 영장 신청이 보류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본청에서도 수사 주체성 관련해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더라. 민주통합당에서 곧 고발장을 제출해 추가 소명을 한다고 하니까 신중하게 당당하게 잘하자, 믿는다’는 취지로 격려했죠?

김용판 : 그렇다. 그 시간이 30초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정말 진심을 담아서 칭찬하고 격려했다. 그런데 그것이 외압이니 뭐니 이렇게 되니 정말 가슴이 아프다.

이날 재판 마지막에 김용판 피고인은 재판부에 발언권을 요구했다.

김용판 : 마지막 기회 좀 달라. 제가 진짜로 디지털분석팀에 보안지침을 내려서 정보를 통제했거나 또는 은폐?축소 수사를 했다고 하면 CCTV 동영상에 반드시 나오게 돼 있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양심선언이 있었을 것이다. 권은희는 문제가 아니다. 재판 과정에서 가슴 아픈 것은 지난번 임판준(디지털 증거분석관) 증인도 나와서 (검찰에서) 너무 무섭게 조사를 받았다고 얘기했다. 디지털 분석을 할 때 영상녹화 다 했듯이 우리가 조사받는 과정도 진술녹화실에서 했다면 과연 그런 말이 나왔을까. 저도 검찰조사 받을 때 말을 많이 했는데도 나중에 보면 간단한 조서로 되어 있더라. 다 끝나고 난 다음에 수정한다는 것은 아무리 변호사가 있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제가 재판을 통해 느낀 것은 다소 수사의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정말 중요한 인권과 공정성을 위해선 반드시 진술녹화실에서 해야 되고 최소한 컴퓨터 양면 모니터로 두 사람이 말하는 걸 실시간으로 그 안에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 서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는 경찰조직이 제 사건으로 범죄집단으로 매도되고 저의 불법?부당?위법한 지시에 편승한 것처럼 비치는 것은 너무나도 큰 아픔이다. 검찰은 특정인의 진술만 너무 의존해서 저보고 짜깁기 수사와 발표를 했다고 하는데, 검찰이 짜깁기 기소한 것 아니냐. 모든 것이 유죄의 자백 증거인 양 담긴 공소장을 보고, 대한민국 검찰이 이렇다며 저는 그날 밤새 술 마시고 울었다. 나머지 할 얘기는 최후진술 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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