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5차 공판에서 이동명 변호사(맨 오른쪽 두 번째 서 있는 사람)가 검찰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맨 오른쪽 안경 쓴 사람) 은 이날 옥빛 긴팔 수의를 입고 나왔다. ©그림 서혜주

“민간인 협력자 활동비 지급, 관행이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4차 공판에는 심리전단 2기획관과 안보3팀장이 증인으로 나섰다.
검찰은 국정원 증인의 태도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재판부에 말했다.

김은지 기자(smile@sisain.co.kr)
전혜원 기자(woni@sisain.co.kr)

9월16일 재판에 출석한 이 아무개 심리전단 기획관은, 민병주 심리전단장을 보좌하는 기획관 두 명 가운데 한명입니다. 검찰은 심리전단 요원들에게 활동 지침인 ‘이슈와 대응논지’가 어떻게 전달되고, 반대로 심리전단 요원들의 활동 결과가 어떻게 보고되는지 물었습니다.

이 아무개 기획관에 뒤이어 최아무개 심리전단 안보3팀장도 출석했습니다. 최 아무개 팀장은 김하영 직원의 상관입니다. 최 팀장은 심리전단 네 개 팀 가운데 중소규모 커뮤니티 사이트를 총괄했습니다. 검찰은 최 팀장에게 국정원 직원들이 경찰 수사 뒤 댓글을 조직적으로 삭제했는지 물었습니다. 김하영 직원과 함께 댓글 작업을 한 민간인에게 활동비를 지급한 과정도 물었습니다. 복잡한 국정원 심리전단 조직 체계가 이 재판을 통해 실마리를 드러냅니다.

‘원·판(원세훈·김용판) 재판’의 법정 밖 변수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에서 자신의 사과와 재판 결과를 연계시켰다. 재판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낙마,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은 검찰과 변호인단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채 총장 아웃은 검찰 힘 빼기로 비쳐졌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원세훈 피고인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변호인단은 원장 시절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국정원 내사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법정 밖 변수는 검찰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법정에 나서는 증인들도 검찰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검찰에서 한 기존 진술을 부인하거나 말을 바꿨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뜻밖의 원군을 만났다. 서울고법 형사29부가 민주당이 낸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 대해 공소제기 명령을 내렸다. 법원의 연간 재정신청 인용률이 1%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이례적이다. 법원의 공소제기 명령이 꼭 유죄선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 전 원장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 심증을 갖고 결정한 것으로 풀이되면서 결과적으로 검찰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9월16일 원세훈 전 원장 4차 공판에는 심리전단 2기획관으로 일했던 이 아무개씨(이하 이 기획관), 심리전단 안보3팀장을 맡았던 최 아무개씨(이하 최 팀장)가 증인으로 나섰다.

이○○ 기획관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 원장인 피고인이 지시하거나 회의석상에서 논의된 내용은 증인이 심리전단에 보고해야 하지 않나? 회의 내용을 어떻게 전파했나?

이 기획관: 이러이러한 내용이 보고가 되었다 하는 이야기는 한다. 그럼 심리전단장은 필요에 따라서 전달해야겠다 안 해야겠다 판단한다.

검사: 사이버 활동 모니터링과 관련해 동향 보고서를 받은 적 있나?

이 기획관: 가끔씩 받은 적 있다.

검사: (국정원 제출 문건을 제시하며) 이 보고서를 보면 김하영 직원이 주요 업무로 카페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해서 상부에 보고했다. 보고받은 기억이 나는가?

이 기획관: 참고용으로 한 것이다. 심리전단 국장까지 보고받았다.

검사: (<개그 콘서트> 내용 보고서를 슬라이드로 보여주며) 지난해 10월18일 선거를 앞두고 <개그 콘서트>에 출연한 개그맨 정태호가 ‘다음 대통령은 누구냐’고 묻자 방청객이 ‘ㅁ’이라고 답하는 것을 들었다는 내용의 일베 글을 보고서에 담았는데?

이 기획관: 저 보고서를 본 적은 없다.

이○○ 기획관에 대한 변호인 신문

변호사: 증인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전 부서장 회의에 참석했나?

이 기획관: 참석 대상이 아니었다.

변호사: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직접 듣지는 못했을 것이고, 국정원 내부 게시판에 전 직원이 열람하는 건 알고 있나?

이 기획관: 게시가 된 내용은 이 사건이 터지고 난 후에, 그게 이슈화되고 난 후에 알았다.

판사: 증인! 질문 취지는, 내부 게시판에 전 직원이 열람하게 한 건 맞지요,입니다. 맞나?

이 기획관: 그렇다. 맞다.

최○○ 팀장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 3팀 소속(직원 20여 명) 1파트는 신매체, 2파트는 블로그, 3파트는 다음 아고라, 5파트는 오늘의 유머(이하 오유)를 비롯한 카페 커뮤니티, 이렇게 4개 파트가 활동한 거 맞나?

최 팀장: 그렇다.

검사: 다음 아고라에서 2012년 2월 이후부터는 해당 직원 게시 글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걸로 나타났는데, 게시 글을 사후에 일괄 삭제해서 그런 것 아닌가?

최 팀장: 그런 사항 잘 모르겠다.

검사: 시기적으로 2012년 2월께 이후 글은 4월 총선이나 12월 대선 관련 글이 존재해서 삭제한 거 아닌가?

최 팀장: 잘 모르는 사항이다.

블랙박스

국정원의 지문

검사: 외부 조력자 이정수(가명·김하영 직원과 함께 작업한 민간인) 활동비 명목으로 매월 평균 300만원 지급 결정은 누가 했나?

최 팀장: 지급 결정을 내가 했다. 이OO 5파트장(이하 이 파트장, 이 파트장과 이정수는 연세대 정외과 90학번 동기다) 활동비라는 제목으로 올려서 제가 월 300(만원) 정도 결제해주었다. 이정수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이 파트장에 대한 활동비 지원이다.

검사: 외부 조력자를 활용하고 팀장 전결로 처리하는 게 관행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는데 민병주 심리전단장도 알고 있었나?

최 팀장: 그렇다.

검사: 활동비 지급이 관행이면 외부 조력자 활용 사례가 더 있나?

최 팀장: 우리 팀에서는 없었다.

판사: 다른 파트장에게도 지급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최 팀장: 그런 것은 아니다.

판사: 다른 파트장에게는 지급하지 않았고 5파트장에게만 지급했다?

최 팀장: 그렇다.

판사: 5파트장에게 300만원 지급하면서 이것이 외부 조력자에게 지급되는 거라는 건 사전보고 받아서 알고 있었나?

최 팀장: 그렇다. 5파트장이 이 업무 오기 전에도 활용했다고 들어서 더 묻지 않았다.

판사: (검찰이 증거로 낸 2012년 4월자 심리전단 업무 매뉴얼을 보여주며) 업무 매뉴얼 넘기면 외부 활동은 어떻게 해라, 트위터 게재는 어떻게 해라, 그 이후에 보안은 어떻게 해라 등등의 내용이 들어 있는데, 증인은 저 업무 매뉴얼을 본 적이 있나?

최 팀장: 조사 과정에서 봤다.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30일 진상 규명에 필요한 증거 확보를 위해 국가정보원을 전격 압수수색한 가운데 13시간의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직원들을 태운 버스가 압수물풀을 실고 국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최○○ 팀장에 대한 변호인 신문

변호사: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원장님(원세훈)을 직접 뵐 일이 아예 없다고 진술했나?

최 팀장: 그렇다.

변호사: 이종명 3차장이 증인에게 특정 이슈나 지시 내용을 시달한 적 있나?

최 팀장: 전혀 없다

변호사: 2012년 12월 무렵에 국정원 내부적으로 선거 개입 오해를 유발하는 활동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당부 내지 지시가 있었나?

최 팀장: 수차례 반복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정상적인 업무마저 위축되는 상황이었다.

변호사: 마치 특정 개그맨에 대해서 뭐 정보 수집이나 사찰 활동을 한 것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은데.

최 팀장: (사찰) 그런 기능이 없다.

변호사: 사찰 그런 게 아니고 일베에서 현재 뭐가 제일 쟁점이다, 오유에서는 뭐다, 이런 취지로 동향 보고를 작성한 거죠?

최 팀장: 그렇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정도의 수준이다.

판사: (4차 공판을 마무리하며) 일단 총론 부분에서는, ‘국정원 직원들이 일부 부적절한 댓글을 했던 것은 맞는 것 같다’까지는 지금 증인들의 신문으로 나오고 있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피고인의 지휘 지시에 의한 것이고 그의 지시에 따른 인과관계에 있는 직원들의 행동으로 온 것이다’라는 것까지가 지금 검찰 측에서 입증해야 할 주요 내용이다. 과연 피고인의 지시강조 말씀이 어떻게 업무적인 지시로 변환돼서 그게 쭉 일관성 있게 내려가서 인과관계 있는 행동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입증은 아직까지 조금 부족하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 측이 입증하는 데 조금 더 유념해주실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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