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당시 심리전단 산하 기획관, 팀장, 파트원이었던 국정원 직원이 증인으로 나온 ‘원세훈 4·5차 공판’에는 방청석과 증인석 사이에 가림막이 쳐졌다. ©그림 서혜주

“외부 조력자 관련 진술 허위로 맞췄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5차 공판에는 댓글 사건의 장본인 김하영 직원 등이 증인으로 나섰다.
검찰은 국정원 증인의 태도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재판부에 말했다.

김은지 기자(smile@sisain.co.kr)
전혜원 기자(woni@sisain.co.kr)

야구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마스크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그녀. 2012년 12월11일, 강남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서 대치 국면을 만들었던 장본인,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3팀 5파트 소속 김하영 직원이 이번 5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검찰은 그녀에게 업무지침인 ‘이슈와 논지’를 전달받은 과정, 정치 선거와 관련해 특정 후보에 편향된 글을 쓴 과정을 구체적으로 물었습니다. 김하영 직원이 증언한 뒤, 변호인 측에서는 그녀의 증언에 매우 흡족해 했습니다.
9월23일 5차 공판에는 댓글 사건의 장본인인 김하영 직원과 같은 파트 소속 이 아무개 직원(이하 이 직원)이 증인석에 섰다. 원세훈 전 원장의 변호를 맡은 이동명 변호사는 이날 증언을 한 김하영씨를 두고 기자들에게 “지금까지 나온 증인 중에서 김하영씨가 제일 똑똑하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하영 직원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 2012년 11월5일 ‘무상보육 철회를 칭찬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적 있죠?

김하영: 그렇다.

검사: 어떤 이슈나 논지를 받아서 올린 글인가?

김하영: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무상복지는 복지 포퓰리즘으로 생각된다.

검사: 당시 무상보육 철회에 관해 북한의 허위 선전선동이 있었나?

김하영: 복지 포퓰리즘 경우는 북한에서 상당히 자주 이슈로 삼는다.

검사: 무상보육 문제는 대선을 앞두고 이슈로 떠올랐다. 이런 무상보육에 대해 정부 입장을 지지한 것인가?

김하영: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에 당연히 북한 선전선동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런 측면에서 게시한 것이다. 여야 찬반을 떠나 북한 주장에 대해 대응 차원에서 했다.

판사: 그러면 구체적으로 북한에서 복지 포퓰리즘에 대해 어떤 선전선동이 있었는지 한 가지만이라도 기억하나?

김하영: 제가 기억하는 건, 북한에서 반값 등록금에 대해 대학생들에게 투쟁하라는 게 있었다.

판사: 무상보육 철회와 관련해서는 기억나는 게 없나?

김하영: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검사: 2012년 11월20일 보배드림 사이트에 ‘목숨 걸고 금강산 갈 수 없잖아요, 금강산 관광 중단 책임이 누구에게’라고 올렸다. 11월19일 당시 문재인 후보가 ‘조건 없이 재개’ 공약을 발표했다. 대선 이슈였다.

김하영: 특정 후보 공약에 대해 아는 상황은 아니었다. 세세하게 어떤 후보가 뭘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검사: 이 파트장은 검찰 조사에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 기재된 국내 종북 세력들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방식으로 종북 정권 수립 야욕에 몰두한다며 문재인·안철수·이정희 후보를 염두에 둔 내용 같다. 이정희를 좀 더 염두에 둔 것 같다. 저희는 이정희가 대통령이 되면 종북 정권이 된다고 이해한 게 사실이다. 최근 통진당 사태 등을 계기로 국민들이 현 상황을 종북 세력 척결을 위한 (국정)원의 모든 역량을 집결시켜야 한다는 지시는 여러 차례 있었다”라고 진술했다.

김하영: 무슨 말씀이신지 너무 길어서.

판사: 핵심은 종북 세력이 대선을 앞두고 종북 정권 수립에 몰두한다. 이정희 되면 종북 정권된다. 이런 취지의 이슈와 논지 받았나?

김하영: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검사: 증인은 (오유 아이디 등이 기록된) 메모장 파일을, 2012년 12월12일 밤 새벽 1시께 오피스텔 대치 상황에서 삭제했나?

김하영: 그렇다. 당시 밖에서 워낙에 그런 (울먹이는 목소리) 공포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검사: 메모장 파일이 수사기관에 발각되는 걸 우려한 것은 아닌가?

김하영: 전문적인 툴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휴지통에 버린 거다. 무방비 상태로 공개되는 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검사: 활동 내용 드러나지 않기 위해서 지웠다고 이해하면 되나?

김하영: 국정원 업무는 기밀이라 당연히 지웠다.

검사: 증인은 경찰 조사 때, 외부 조력자 이정수(가명)에 대해 2012년 여름 지인의 소개로 만났고, 이씨로부터 인적 사항 직접 받았고 나중에 이씨에게 오유 아이디를 직접 만들어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사: 경찰에서는 그렇게 진술했다. 검찰에서는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검사: 실제는 2013년 1월 처음 만났는데, 이 파트장 존재를 숨기려고 증인 변호인 사무실에서 이 파트장, 이정수(가명)와 만나서 서로 허위로 진술을 맞추기로 의논한 것이죠?

김하영: 그렇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정수(가명)를 처음 봤다. 경찰에서 수사받는 게 워낙 언론에 노출이 되어서 그렇게(허위) 진술했다.

검사: 상명하복 국정원 특성을 보면 이 파트장 존재를 숨기기는 국정원의 조직적 결정 아닌가?

김하영: 알지 못한다.

크라우드 저널리즘

원장님 지시 강조 말씀 원문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씨가 13일 경찰에 임의제출 형식으로 컴퓨터 본체와 노트북 등을 제출했다.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김씨의 오피스텔에서 경찰과 국정원, 선관위 관계자가 입회한 가운데 김씨의 변호인에게 출석요구서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하영 직원에 대한 변호인 신문

변호사: 12월13일 오피스텔에 보관해 사용 중이던 노트북과 컴퓨터를 왜 제출했나?

김하영: 나갈 수 있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컴퓨터를 제출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는 주장이 계속되어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지치고 힘들어서 제출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변호사: 컴퓨터 제출은 국정원 허락이 있었나?

김하영: 노트북은 업무적으로 사용하던 것이라 당연히 지침을 받았고 개인 데스크톱은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것이라 개인적으로 결정했다.

변호사: 여당 옹호 야당 반대, 정치적 목적으로 활동했나?

김하영: 정치 관여라는 인식 없이 안보 활동으로 수행했다.

김하영 직원에 대한 검찰 추가 신문

검사: 증인이 접속한 히스토리 등을 노트북 임의 제출하기 전에 모두 삭제했다. 본인은 조각모음이라고 하지만 검찰 확인으로는 오버라이트라고 해서 복구가 불가능하게 삭제했다.

김하영: 모른다.

판사: 증인이 올린 글을 보면, 상당히 친정부적이고 야당에 반대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비록 내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또는 국정 성과를 폄훼하는 세력에 대응하기 위해 업무상 이런 활동을 할지라도, 절대로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는 그런 지침도 많이 내려왔는데 일관되게 이렇게 정부 정책이 옳다, 국가가 잘한다는 글을 올리면서 이게 오해받을 소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 했나?

김하영: 업무에 따라서 정치적 고려는 없었고 북한이 선전선동하는 것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응했다.

이○○ 직원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 증인은 검찰 조사 때 “원장의 지시 사항이 사이버 활동 주제에 포함돼 있나”라는 검사의 질문에 “1순위다. 당연히 원장님 지시 사항이 있으면 최우선적으로 그 내용을 주로 하는 것이다”라고 진술했는데 사실인가?

이○○: 전체적 방향을 차장·팀장·과장님을 통해 내려오면서….

검사: 증인이 시달받은 이슈 및 논지의 주요 내용은 대부분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 포함돼 있던 건가?

이○○: 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다. 구체적으로 파트장이 해석을 해서 준다.

검사: 증인은 검찰조사 때, 특별히 강조하고자 하는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 있으면 모든 직원에게 원내 게시판에 올라온 말씀 자료를 읽어보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대답했는데 맞나?

이○○: 맞다.

검사: 본건 발생 이후에 증인이 게시한 글을 삭제한 사실이 있나?

이○○: 그때그때마다.

검사: 그때그때마다 지웠나?

이○○: 자기가 알아서 하는 것이다.

검사: 증인은 검찰 조사 시에 본 사건 터지고 나서 대부분의 글을 삭제했다고 진술했나?

이○○: 그렇다.

이 직원은 검찰 신문 내내 좀 더 크게 말하라는 판사의 지적을 받았다. 보다 못한 원세훈 변호인단의 한 변호사가 증언 중에 마이크를 이 직원의 입 가까이에 대주기도 했다.

이○○ 직원에 대한 변호인 신문

변호사: 증인! 이렇게 (크게) 얘기하시라고요. 왜 이렇게 (작게) 얘기해요. 국가정보원 직원이 뭐예요, 똑바로 말 못해요

(방청석 웃음).

이렇게 (마이크) 앞에 딱 대고 하시라. 묻겠다.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심리전단 업무의 지시 보고체계와 관련해 “전 부서장 회의 후 심리전단과 관련된 원장님 말씀 지시사항이 국장급 회의, 팀장급 회의, 과장급 회의를 거쳐 과장을 통해 파트원들에게 최종적으로 전달되는 것이냐”라는 검사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변한 사실 있나?

이○○: 그렇다.

변호사: 그런데 증인은 전 부서장 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지 않나?

이○○: 그렇다.

변호사: 증인은 피고인(원세훈)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을 위치에 있지 않고 실제로 피고의 얼굴을 보기도 힘들지 않나?

이○○: 그렇다.

변호사: 증인이 올린 글 중에서 특정 후보자의 이름이 들어간 건 모두 언론사의 사설이나 칼럼, 기사를 캡처해 사진 형태의 파일을 올린 것인데, 일부만 편집돼 마치 증인이 그런 내용의 글을 쓴 것처럼 돼 있는데?

이○○: 그렇다. 맞다.

검사: 증인, 신문 사설 등과 관련해서 오늘 증언 나오기 전에 변호사와 면담하거나 서로 이메일 주고받은 적 있나?

이○○: 없다. 범죄일람표 보고 제가 찾았다.

판사: 검찰 질문의 취지는 증인이 이 사설을 보고 찾아서 한 건 맞는데, 그걸 어떻게 변호인이 알고 이렇게 다 준비해와서 신문하느냐. 증인과 변호인이 사전에 접촉해서 준비한 거 아니냐를 묻고 있다.

이○○: 자료는 제가 준비한 거고.

변호사: 사실대로 얘기하라.

이○○: 그렇다. 맞다

검사: 변호인에게 이런 자료 주겠다는 걸 국정원 내부적으로 보고하고 자료를 준 건가?

이○○: 그렇다.

검사: 전체적으로 이번 건만 보더라도 증인으로 나서는 국정원 증인의 태도라든가 신빙성에 대한 문제가 있다. 재판부가 이런 점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판사: 충분히 감안하겠다. 필요하면 검찰 측에서도 의견서 등 형식으로 이런 점에 있어서 신빙성을 감안할 사유를 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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