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증거만으로도 추가 범죄 입증될 것”

원세훈 전 국정원장 9차 공판에서는 윤석열 팀장 후임인 박형철 공공형사수사부장이 검사석에 앉았다.
검찰 수사팀은 원세훈에 대한 공소장 변경 추가 신청을 기각해달라는 변호인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은지 기자(smile@sisain.co.kr)
전혜원 기자(woni@sisain.co.kr)

이번 재판은 증인이 출석해 답변하는 형식이 아니었습니다. 10월7일 검찰 특별수사팀이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공소장을 변경 및 추가했고, 이를 승인해달라는 검사와 승인해선 안 된다는 변호인이 서로 의견을 냈습니다.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이 총대를 메고 법원에 공소장 변경 신청을 냈습니다. 재판이 열린 이날, 윤 팀장은 법원 바로 옆 건물에 있는 서울고검장에서 외압을 폭로했습니다.

검찰이 공소장 변경 핵심 내용은, 심리전단 산하 안보3팀의 ‘게시글, 댓글 공작’ 혐의 외에도 안보5팀의 ‘트위터(SNS) 공작’도 혐의에 추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검찰 공소장 변경 과정에 대해서는 <블랙박스> ‘정국을 삼킨 사내’에서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이날 재판에서는 다소 딱딱한 법률 용어가 등장하지만, 차근차근 검사와 변호사의 논리를 읽어보면 이 사건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10월21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9차 공판은 수사에서 배제된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을 대신해 팀장을 맡게 된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장과 김성훈·이복현 검사가 검사석에 앉았다. 같은 시각 바로 옆 건물인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정감사장에서 윤석열 전 팀장은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재판에는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과 유지상 전 수서경찰서 사이버범죄 수사팀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최초 경찰 수사단계에서 작성한 증거 목록에 대한 신문이 주로 이뤄졌다. 그래서 이번 재판 중계는 공소장 추가 신청을 두고 9차 공판 초반에 벌어진 검찰과 변호인 간 날선 공방을 다룬다.

검찰은 10월18일 원세훈 전 원장 등에 대해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재판부에 냈다.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18일까지 트위터를 이용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글 5만5689건을 유포한 혐의를 추가한 것이다. 재판 하루 전 대검 공안부가 공소장 추가 변경 신청서를 재검토하면서, 검찰 수뇌부가 공소장 변경 신청을 철회시키는 순서를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국정감사에 나온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도 철회 여부를 묻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에 “공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말씀을 못 드린다”라며 답변을 유보했다.

이날 법정에 나온 수사팀은 공소장 변경 추가 신청을 기각해달라는 변호인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수사팀의 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윤석열 전 팀장은 국감장에서, 그가 이끌었던 수사팀은 법정에서 공소 유지를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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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5천여 건 데이터 보기

판사: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가 들어왔습니다. 변호인 받아 보셨죠? 의견 있나요?

검사: 먼저 간단하게 취지를 설명드리겠다. 10월18일 접수한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 내용은 간단하다. 기존 공소장에 심리전단 직원의 사이버 활동에 의한 범죄 실행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 포괄일죄(여러 행위가 하나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트위터를 이용한 공직선거법(공선법) 위반 및 국가정보원법 위반을 추가했다. 실행행위는 5만5689건에 해당하는 트위터 글이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4개 사이버팀(안보1팀, 안보2팀, 안보3팀, 안보5팀) 중에 2012년 2월 신설된 안보5팀이 트위터를 전담했다. 애초 기소할 때 트위터 활동도 함께 기소했으면 좋았을 텐데, 트위터는 해외에 있는 트위터 본사로부터 사용자 정보를 제공받기 어려웠다. 국정원이 트위터 관련 수사에서도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다. 수사팀은 수개월간 지난한 추적과정을 거쳐서 사용자를 밝혀냈고, 공소장 허가 변경 신청을 하게 되었다. 공선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은 상상적 경합(한 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으로 이번에 추가하려는 공소사실은 기존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된다. 원 전 원장의 지시 강조 말씀이 지휘계통을 거쳐 심리전단 4개 팀 70여 명에게 전달되어 순차 공모해 실행행위(댓글과 트위터 작업)를 하였다는 것이 검찰의 기소 요지다. 4개 팀 중에 구체적인 실행행위가 밝혀지지 않았던 안보5팀의 트위터 활동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허가할 수 있는 공소장 변경에 해당한다.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는 검찰 내부 보고 과정이나 국정원 직원 체포의 적법성은, 공소사실 동일성 판단에는 방해 요소가 되지 않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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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원세훈 검찰 공소장

변호사: 검사의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으로 이 사건이 더더욱 정치쟁점화하는 것 같다. 정치적 공방이 아니고 냉철하고 차분하게 이 사건이 법적 관점에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 핵심 위주로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이번 검찰의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는 잘못되었다. 따라서 허가되어서는 안 된다. 첫째, 공소장 변경으로 추가하려는 부분(트위터 활동)은 기존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없다. 여러 행위가 하나의 죄에 해당하는 포괄일죄라고 검사는 주장하는데, 아니다. 추가된 공소사실과 기소된 공소사실 간의 관계에 대해 말씀드리면, 국정원 조직 특성상 다른 부서 특히 최소 단위 부서 간에도, 예를 들면 심리전단 안보팀 산하 각 파트 사이에도 서로 업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다. 국정원 특성상 파트원 사이 활동이 단일한 범위 내에 이뤄질 수 없다. 이 같은 국정원 환경에서 20여 명이 편제된 다른 팀(트위터 담당인 안보5팀)과 기존 국정원 직원(김하영 등이 소속된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커뮤니티 담당인 안보3팀) 행위는 같이 할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적 귀결이 된다. 그렇다면 당연히 포괄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사건 변경을 통해서 추가하려는 공소사실과 이미 있는 공소사실 간 동일성이 없다. 둘째,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에 기초가 된 국정원 직원 체포 수사 과정은 적법 절차를 위반했다. 그래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다. 국정원법상 비밀 준수 업무를 담보하기 위해서 국정원 직원이 국정원장의 허가를 받지 않고 진술하면 형사처분까지 받는다. 트위터 활동했다는 국정원 직원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이 법률이 지켜지지 않았다. 체포에서 석방까지 국정원장 허가를 받지도 않았고, 허가받을 기회도 부여하지 않았다. 트위터 활동 관련해서 체포된 이들의 활동 내용은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 검사는 당시 구속이 아니라 체포를 했으니 국정원에 통보 업무가 없다고 하는데, 변호인 생각에 체포와 구속을 달리 볼 게 없다. 체포도 구속으로 봐야 하는 게 아니냐. 수사를 시행했을 때 지체 없이 국정원장에게 통보해야 했다.

검사: 변호인들이 공소장 추가와 관련 없는 체포 부분을 언급했다. 10월16일 체포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 국정원장의 진술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했는데, 초기부터 국정원에서 파견된 변호인 3명이 피의자들을 오전?오후 계속 접견했다. 변호사들을 조사에 계속 참여시켰다. 한 피고인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 있는 김승식 변호사(원세훈 쪽 변호사)도 오후에 와서 계속 참여했다. 그 부분에 대해 문제 삼는 게 의아하다. 구속 체포 관련해 둘이 똑같다고 했는데, 형사소송법상 구속과 체포는 분리되어 있다. 구속이 아닌 체포였기에 우리가 국정원에 통보하지 않은 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 국정원은 직원 신분이 비밀이라고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국정원 직원이라는 것에 대한 확실한 증명 자료가 있긴 했지만, 본인에게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원에 수사 개시를 고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체포한 직후에 국정원 법률보좌관 통해서 구두로 통보했다. 신병을 확보했다고 공문으로 발송까지 했다. 체포 당시 아무런 불법이 없는데 자꾸 그걸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체포한 피의자의 진술을 토대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것처럼 변호인들이 말하고 있다. 국정원은 정보기관의 특성상 압수수색 영장과 체포영장을 법원에서 받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증거를 확보한 다음에 거의 공소 제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청구한다. 그래서 변호인이 말씀하시는 것에 100% 양보해서 체포된 직원들의 조서를 다 배제해도 저희가 수집한 기존 증거를 가지고도 추가 범죄 소명이 된다. 공판 과정에서 증거 가치를 판단할 문제이지 공소장 변경 과정에서 이것을 문제 삼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판사: 공소장 변경은 공소사실의 동일성 여부가 핵심이다.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로 입증할 만한 증거가 있느냐는 그 다음 다투어져야 할 문제이다. 변호인들의 증거 능력 언급은 공소장 변경의 전제는 아닌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변: 만약 공소장 변경이 허가되었다가 공소권이 없는 사건이 되면 먼저 사건의 심증 요소가 굉장히 문제가 된다. 재판부에서 충분한 검토를 부탁한다.

판사: (5분간 휴정 뒤) 공소장 변경 판단은 오늘은 좀 보류하겠다. 좀 더 검토해보겠다. 검사?변호사 양측에서 의견서를 서면으로 작성해주시고, 10월30일 오전 11시에 공소장 변경 여부를 판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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