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계정’ 다음번에 결판난다

1월6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21차 공판.
검찰은 ‘국정원 선거 개입’에 활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트위터 계정을 ‘기초·1차·2차 계정’으로 분류했다.
국정원 측 변호인들은 사례를 들어 검찰의 논리를 반박했다.

김동인 기자(astroria@sisain.co.kr)

검찰은 국정원 안보5팀(트위터팀) 이메일 압수수색을 통해 ‘시큐리티 텍스트파일’이라는 첨부파일을 발견했다. 이 파일에 트위터 계정 414개가 포함되어 있었다. 검찰은 이 계정들이 올린 트윗을 분석해봤다. 검찰은 여러 계정이 같은 시각(동일·동시·동분·동초)에 같은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면(‘동시 트윗’), 여기에는 특정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기초 계정 중 ‘동시 트윗’에 사용된 계정을 추출했더니 364개였다. 이에 더해 검찰이 조사한 국정원 직원의 진술에 따르면 19개 계정이 더 사용되었다. 이처럼 증거에 따라 추적한 계정(364개)과 진술된 계정(19개)을 합친 383개를, 검찰은 ‘기초 계정’으로 분류했다.

‘기초 계정’ 중 3개 이상 계정이 ‘동시 트윗(리트윗)’한 사례를 찾았더니 모두 12만 건이었다. 이 12만 건과 동일한 트윗(리트윗)을 빅데이터 업체의 지원으로 추출했더니 무려 400만 건이 나왔다. 다음 단계로는, 이 400만 건 중 3개 이상의 계정(‘기초 계정’을 포함한)이 동일 시각에 동일 내용을 2개 이상 트윗한 사례를 찾아냈다. 여기 해당되는 계정이 모두 2270개였다. 이를 전파와 확산을 목적으로 자동 전송 프로그램을 이용한 ‘그룹 계정’으로 보았다. 검찰은 2270개 가운데 기초 계정과 연결된 그룹활동을 한 1558개를 ‘1차 그룹 계정’으로 간주했고 ‘1차 그룹 계정’과 동시 트윗(리트윗)한 712개를 ‘2차 그룹 계정’으로 특정했다. 1월6일 재판에서 국정원 측 변호사들은, 이 같은 검찰의 수사 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다.

변호사 :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 피드 등 자동 전송 프로그램으로 여러 트위터 계정을 일괄 등록해놓고 언론사 기사를 동시에 올렸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언론사에서는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 RSS 서비스를 제공한다. RSS 서비스를 받기 위해 주소를 자신의 트위터 피드 계정으로 등록해놓고 주기를 1시간으로 설정해두면, 1시간마다 1회씩 새로운 기사를 트위터 계정에 띄워준다. 그래서 변호인단이 트위터에 별도로 테스트 계정 3개를 만들고, 트위터 피드 계정도 별도로 다른 시간대를 선택해 개설해보았다. 그리고 RSS 서비스에 등록한 뒤 결과를 봤다. 그랬더니 똑같은 기사의 트윗이 똑같은 시간에 생성되었다. 각기 다른 사용자들, 즉 언론사, 열성 누리꾼, 열성 지지자들이 다른 목적으로 RSS 서비스를 이용해도 결과적으로 동시·동분·동초에 트윗이나 리트윗이 발생했다.

판사 : 예컨대 누구는 어제 오전 10시15분에 가입하고, 누구는 오늘 오후 3시30분, 누구는 그저께 오후 6시45분에 가입했다 할지라도, RSS 서비스가 그것들을 다 모아다가 1시간에 한 번씩 RSS 걸어놓은 사람들한테 몽땅 보내주니까 동시·동분·동초에 트윗이 날아가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동시·동분·동초라고 해서 반드시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정원이) 자동 전송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일괄 관리해야만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 취지인 건가?

변호사 : 그렇다.

판사 : 검찰에서 이 부분에 관해 지금 즉답이 가능한가?

검사 : 예, 변호사님이 지적한 부분에 수긍할 만한 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이 쓴 계정을 보면, 언론사 하나만 겹치는 게 아니다. 언론사가 여러 개다. RSS 서비스를 받아서 우연히 일치하는 계정과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계정은 구별이 가능하다.

변호사 : 그럼 하나하나 검증하겠다. @moti*** 계정은 검찰에서 1차 그룹 계정으로 분류했고 그룹 횟수가 26회에 이른다. 기소된 건수는 73건이다. (화면 보여주며) 여기 보면 알겠지만 블로그 주소까지 기재되어 있는 일반인 계정이 명백하다. @zee******* 계정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1시간 전에도 글이 올라왔다. 영화 <변호인>과 관련한 글을 올리는 일반인 트위터 계정이다. 이게 어떻게 국정원 직원이 쓴 글인가? 변호인으로서는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bar***도 일반인의 계정인 게 분명하다. 1월3일에도 올라와 있고, 1월2일에도 트윗이 올라와 있다(변호인단은 이렇게 지금도 활동 중인 트위터 계정 30여 개를 계속 보여주며 검찰의 추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판사 : 왕성하게 활동하는 계정이라면 거기 들어가서 타임라인 따라 쭉 내려가 보면 이 사건 공소 내용을 찾을 수 있나?

변호사 : 못 찾는다. 트위터 본사 정책상 최근의 것 3200개만 볼 수 있다.

판사 : 빅데이터 업체가 가지고 있는 것 아니면 찾아볼 수 없는 건가?

변호사 : 빅데이터 업체는 그전에 수집해놓았으니 가지고 있을 것이다. 검찰은 그룹 활동으로 동일 글을 트윗이나 리트윗한 것으로 보았지만, 트윗에 나온 링크 주소가 다르거나 글의 내용이 다른 경우가 있다. @han*** 계정은 그룹 활동 횟수 32번인데, 글이 두 개는 같고 두 개는 다르다. 이런 계정들은 검색해보면 지금도 활동하는, 53분 전에 쓴 글이 올라와 있다. 글의 내용도 누구 글을 리트윗한 게 아니라 자기 의견을 쓰고 있다. 국정원 직원 계정이라고 추정하는 것에 당연히 의문이 생긴다. @chosunopinion은 <조선일보> 계정이다. 왜 검찰에서 언론사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국정원 직원 계정으로 분류했는지, 왜 이런 오류가 생겼는지 확인해보려고 따라가 봤다. 보면 알겠지만 링크된 주소가 다르고, 다른 글인데 같은 글을 올린 그룹 활동으로 보았다. 빅데이터 업체로부터 트위터 글을 받을 때 과연 동일한 내용의 글을 어떤 기준으로 받은 건지 의문스럽다. 이런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는 심리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글의 동일성, 동시·동분·동초, 동일 횟수 2회 이상 등 이런 막연한 기준으로 입증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검사 : 변호인이 지금 지적하는 계정은 주로 범죄일람표상 순번이 앞쪽에 있는 계정이다. 범죄일람표 순번은 트위터에 가입한 일시와 순서로 정리했다. 변호인께서 1번부터 24번까지 문제 제기하고, 그 뒷부분은 중간중간 뛰어넘었다. (그러나 사실은 24번 이후 시점이)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 활동을 주로 시작한 시점과 거의 맞다. 그런 부분까지 다 해서 계정 부분은 우연성을 제거하고 의문이 없도록 입증하겠다.

판사 : 어찌 됐든 입증 책임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검찰에서 해야 한다. 검찰 논리처럼 동시·동분·동초, 3개 계정 이상이 2회 이상 같은 글을 올렸다는 논리만 가지고서는, 변호인의 이 정도 문제 제기만으로도 상당 부분 허물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변호인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재판부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걸려도 논리적으로 하자 없게 검증해야 한다. 지금 상당 부분 흔들린 것 같다. 일부 정리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다시 정리해서도 또 허물어지는 경우에는 또다시 정리하겠다 이렇게 할 건가?

검사 : 그렇게는 안 하겠다. 합리적인 의심이 없도록 입증을 하겠다.

판사 : 그럼 다음 재판 때 검찰 측에서 나올 것이 최종적인 견해이고, 그 논리가 허물어지면 허물어지는 대로 그것을 최종적인 검찰의 의견으로 보고 심리를 진행해도 되나?

검사 : 그렇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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