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가라사대 “증인, 뭔가 숨기려 한다”

4월14일 ‘원세훈 재판’에서도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의 증언은 여전했다.
메일 계정이 본인 것인지, 언제 어느 부서에서 근무했는지 하는 질문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일관했다. 재판부가 지적할 정도였다.

김은지 기자

재판부의 인내도 한계에 다다랐다.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이범균 부장판사가 국정원 직원의 증언 태도를 지적했다. 4월14일 법정에 나온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 소속 유 아무개 직원이 기본 사실관계마저 ‘기억나지 않는다’로 일관하면서다. 그마저도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해 재판부, 검찰 심지어 변호인에게조차 좀 크게 말하라는 주의를 여러 차례 들었다.

유 아무개 증인에 대한 검찰 신문

검사 : 증인은 같은 안보5팀 소속 김○○(국정원 직원의 트위터 계정을 정리한 ‘시큐리티 텍스트 파일’ 작성자)을 알죠?

유 아무개씨 : 다른 직원에 대해선 말하기가….

판사 : 이미 김○○이 증인으로 나와서 신문을 했다. 재판부도 다 아는 내용이니까 증언해달라. 마이크에 대고 크게 좀 말해달라. 기자도 있고 언론에 나가는 걸 걱정하는 걸로 보이는데, 재판부도 그런 고충을 잘 알고 있다. 심리에 필요한 범위에 대해 말하는 게 오히려 증언의 신빙성을 높일 수 있다.

검사 : 증인은 김○○ 직원과 언제 어떤 경위로 처음 알게 되었나?

유 아무개씨 : 같은 심리전단 직원이라서….

검사 : w***@naver.com은 증인이 사용한 메일 계정이 맞나?

유 아무개씨 : 이메일을 별로 안 쓴다.

판사 : 증인 명의로 개설한 게 기억이 안 나나? 적어도 이메일 계정을 뭘 쓰더라도, 회사 계정이라도, 앞에 쓰는 계정명은 보통 (다른 이메일과) 똑같이 쓰니 알 수 있지 않나?

유 아무개씨 : 이메일을 한참 안 써서… 비슷한 거 같긴 하다.

검사 : (2011년 12월31일 w***@naver.com이 쓴 메일을 보여주며) 김○○의 야후 메일로 ‘해피 뉴이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냈죠?

유 아무개씨 : …….

검사 : 본인 메일인지 아닌지는 확인이 될 거 아닌가?

유 아무개씨 : 기억이 없다.

판사 : 저 메일(주소)을 보면, 내 거 같긴 한데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데, 저 이메일(내용)을 쓴 적도 없나?

유 아무개씨 : 내가 거의 이메일을 안 쓴다.

검사 : 이메일을 쓰고 안 쓰고를 떠나서, 자기가 쓰는 접속 아이디가….

판사 : (검찰에) 됐습니다. 저 계정 개설자가 증인이라고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있나?

검사 : 이메일 출력물이 있다. 증인 전화번호로 인증받아서 개설했다.

판사 : 일단 증인이 기억 안 난다고 하니, 저 부분에 대해서는 증인의 이메일을 다른 사람이 사용한 적이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네이버에 사실조회 신청을 해서 가입자 인적 사항을 조회받아 증거 능력을 부여받는 걸로 하자. 증인, 아무리 자기가 쓴 메일이 기억 안 나도, 계정명까지 기억 안 난다고 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보인다. w***@naver.com 계정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건, 상당히 방어적으로 뭔가를 숨기려 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재판부가 그런 느낌을 받았다.

유 아무개씨 : 재판장님 말씀에 저도 이해를 하고… 그런데 저 메일 내용은 기억이 잘 안 난다.

판사 : 메일 내용이 아니라 계정 자체를 묻는 것이다.

유 아무개씨 : 기억이 잘….

검사 : 김○○ 직원에게 ‘해피 뉴이어’라는 메일을 보낸 적 있나?

유 아무개씨 : 보낼 이유가 없다. 직원인데 제가 굳이 이메일까지 보냈을 거 같지가 않은데. 거의 매일 만나는데, 그게 잘 이해가 안 가는데….

검사 : 메일을 쓸 당시 2011년 12월31일 그때는 어느 부서에 근무했나?

유 아무개씨 : 그게 잘 기억이 안 나서.

검사 : 그때도 심리전단에서 근무했나? 안보5팀은 2012년 2월에 신설되었는데 그러면 2011년 12월에는 어느 팀에서 근무했나?

유 아무개씨 : 사실 날짜가 명확히 기억이 안 나서….

판사 : (공판 조서에) 그대로 적어주세요. 날짜가 정확히 기억 안 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증인! 아니,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내가 언제 어디서 어느 부서에 근무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유 아무개씨 : 2011년 겨울이라고 기억을 하니깐….

검사 : 안보5팀에서 트위터 활동한 건 인정하나?

유 아무개씨 : 안보5팀에서 트위터 한 사실은 있다.

판사 : 증인, 마이크를 좀 대고 이야기해주세요. 안 들려요.

검사 : 메일 내용에 다섯 개 트위터 계정이 있는데 증인이 사용한 적 있나?

유 아무개씨 : 메일이요?

검사 : 메일이 아니라 트위터 계정을 묻는다. 트위터 계정을 사용한 기억이 나요, 안 나요?

판사 : 트위터 계정을 증인이 사용한 겁니까, 아닙니까, 모릅니까?

유 아무개씨 : 뭐라고 해야 할지….

판사 : 내가 쓴 계정이다, 절대로 내가 쓴 계정이 아니다, 내가 쓴 계정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셋 중에 하나는 답변해야 하지 않나?

유 아무개씨 : 계정 말씀하시면… 잘 기억이 안 난다. 다른 업무를 오래해서, 당황스러운 게….

판사 : 자, ‘내가 쓴 게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도 못하겠고, 내가 썼다고도 말 못하겠고, 내가 쓴 계정인지 아닌지 확답할 수 없다’가 증인의 기억인가?

유 아무개씨 : 기억이 없어서 뭐라고 말하기가….

검사 : 모른다? 법정까지 오는 게 힘든 일이고, 언론에 (기사가) 나니 힘든 일일 텐데. (그래도) 법정에 오기 전에 (신문 내용을) 한번 검토해볼 수 있잖은가? 인내해서 질문을 들어달라. 트위터 피드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

유 아무개씨 : (작은 목소리로) 나는 트위터만 했다.

검사 : 크게 좀 말해달라. 트위터 피드에 대해 아느냐고 여쭤본 거다. 알아요, 몰라요?

유 아무개씨 : 게임도 어려워서 잘 안 하는데.

검사 : 심리전단 직원이 게시한 트위터 글 이슈를 보면, 국내 정치와 관련해 4대강·아라뱃길사업·원전수출·세종시·무상보육 등이 있는데, 증인이 이러한 내용의 글을 작성한 게 맞나?

유 아무개씨 : 그때 상황이 기억이 잘 안 난다. (검사가 추가 질문을 하려고 하자) 방향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심리전이라는 것이 병법서에도 보면 강한 상대는 내부를 노린다는 말이 있다. 북한도 자기들 말로는 혁명 역량 강화한다고 해서, (남한) 내부 간의 갈등을 일으키고 화합하지 못하게 한다. 시책이나 정책에 대해서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는데….

판사 : 그렇게 추상적인 거 말고,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구체적으로 트위터팀에서 1년 동안 한 것 중에서 뭐가 기억에 남는지, 느낌이 기억난다면 어떤 일이 있어서 어떤 걸 했다는 식으로 한 가지만 말해보라.

유 아무개씨 : 재판에서 북한 선동….

판사 : 자, 구체적 상황을 들어 설명해보세요.

유 아무개씨 : 구체적인 상황은 기억이 잘… NLL도 있고 많지 않나. 우리가 아는 안보 이슈….

유 아무개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변호인 : 증인! 재판장이 여러 차례 말했는데 마이크에 좀 가까이 대고 크게 말해달라. 어쨌든 트위터 활동을 하면서 내려오는 주제는 어떤 분야였나?

유 아무개씨 : 북한 위협이나 북한 관련이 많았다.

변호인 : 증인은 검찰에서 기소한 내용 중에 증인이 사용한 계정으로 정치 관여를 하거나 선거운동을 해서 기소된 건수가 몇 건인지 혹시 파악한 적 있나?

유 아무개씨 : 무슨 말씀인지, 내가 어떻게 알죠?

변호인 : 증인은 상급자들로부터 어떤 특정한 정치인을 찬성하라거나 반대하라거나 특정 정당을 반대하라거나 찬성하라는 지시를 업무 수행 과정에서 들어본 적 있나?

유 아무개씨 :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변호인 : 검사가 메일을 보여드렸는데 그 메일에 있는 트위터 계정이 잘 기억이 안 난다고?

유 아무개씨 : 기억이 안 나고, 제가 업무한 지 오래되어서 까맣게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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