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6일 재판에 출석한 원세훈 전 원장은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이 추진되어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이라는 자료를 만들어 다른 기관에 전파하는 국정원의 활동에 대해 ‘국가 안보와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혜주 그림

부하가 써준 대로 읽었다는 ‘전 국정원장’

원래 6월16일 증인으로 채택된 국정원 직원은 “해외 출장 중이고 언제 귀국할지 모른다”라며 불출석했다.
이날 원세훈 전 원장 등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정치 관여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김은지 기자

국정원 직원 박 아무개씨는 6월16일 원세훈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되었다. 하지만 박씨는 재판부에 “해외 출장 중이고 언제 귀국할지 모른다”라며 불출석 사유서를 팩스로 보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국내 파트에서만 근무했다. 검찰이 증인 신청을 하자, 그는 돌연 출국해서 귀국하지 않고 있다. 재판부가 직권으로 증인 채택을 취소했다. 이날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을 상대로 피고인 신문을 했다. 이제 남은 절차는 6월30일 결심공판과 7월 중순께 선고뿐이다. 이번 법정 중계는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신문에 초점을 맞췄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 신문

검찰 : 피고인이 원장으로 부임한 후 사이버팀은 1개 팀에서 2개 팀, 이후 4개 팀으로 조직과 인원이 개편된 사실이 있죠?

원세훈 : 예.

검찰 : 이종명 3차장, 민병주 심리전단장은 지난 법정 증인신문에서, 심리전단 사이버팀 확대·개편에 자신들은 조직 확대나 증원을 직접 요청하지 않았고 피고인이 결정해서 알아서 늘려주었다고 했는데?

원세훈 : 기억에 없다. 심리전단에 직원 몇 명 들여라 마라는 구체적인 항목은 원장 (결정) 사안이 아니다.

검찰 : 기억이 잘 안 나는 건가, 조직 부서가 할 일이라는 의미인가?

원세훈 : 원장이 어느 부서 빼서 어느 부서 넣으라는 권한도 없고 구체적으로 알지도 못한다.

검찰 : 피고인은 약 4년간 국정원을 운영해오면서 국정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나 역할에 대해 ‘국가 안보와 종북 세력 척결’이라고 검찰에서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국정원을 이끈 건 사실인가?

원세훈 : 그렇다.

검찰 : 피고인은 국가 안보와 관련해 대통령 국정 보좌 수행 기능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검찰조사 때 말했는데 맞나? 구체적으로 북한이나 종북 세력이 대통령이나 정부를 헐뜯고 허위 선전·선동하면 이런 부분에 대응함으로써 대통령 국정 수행을 보좌해야 한다고 생각한 게 맞나?

원세훈 : 맞다.

검찰 : 북한 선전·선동 대상 이슈가 정책 찬반에 대한 논란이 주제이면, 예컨대 세종시·4대강 사업·한미 FTA 같은 경우 북한 선전·선동에 대응해 대통령 국정 수행을 보좌하는 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라고 했나, 아니면 이런 건 정치적 논란이 많으니 중립을 지키고 대응하지 말라고 했나?

원세훈 : 우리 국민 중에서 일부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한다. 그렇다고 북한 선전·선동에 대해 정보기관이, 국가 안보기관이 손을 놓고 그걸 안 한다면 그건 누가 하나?

검찰 : 대응하는 업무 중에 정보 수집 말고 차단 대처하라는 게 있었나?

원세훈 : 그런 글 쓰는 사람 찾아내어 수사하고 처벌하고 사이트 폐쇄하는 게 국정원이 할 일이다.

검찰 : 앞서 종북 세력 대처를 국정원 임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걸 심리전 분야에서 실행하는 민병주 단장 등 실무직원들은 ‘종북 세력 기준은 없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구체적 개념이나 범위 등이 성립되어 있었나?

원세훈 : 그런 대답은 있을 수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게 ‘종북 세력이 뭐냐’는 교육을 받는 것인데, 그 기준을 어떻게 딱 정할 수는 없지만, 그걸 모르겠다고 증언했다는 건 좀 이해가 안 간다.

검찰 :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과 관련해 “부서별로 보고 사항 취합, 회의에서 원장이 언급하면 좋을 내용을 작성해 사전에 말씀 준비자료 형태로 배부하고, 당일 회의장에 비치한다. 이 자료를 토대로 발언한다. 그 자료를 내부망에 게시한 거다”라고 진술했죠?

원세훈 : 예. 전 직원이 다 열람할 수 있다는 건 전혀 몰랐다. 내부 인터넷에 올라가서 전 직원이 열람 가능하다는 건 지난해 3월18일인가 신문에 보도되고 나서 알았다.

검찰 : 행정소송 판결문을 제시하겠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출입한 국정원 인천지부 직원이 개발사업에 대해 임의 조직하고 비노출 간접활동, 개인 의견 제시 금지 등을 위반했다는 사유로 징계받았다. 이에 불복해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위반하면 국정원 직원은 징계받는다는 게 판결문 내용이다. 봤나?

원세훈 : 일반적으로 우리 직원이 다른 기관에 청탁하는 것 자체를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한다.

검찰 : 판결문의 국정원 측 의견서를 보면, 피고인의 전 부서장 회의 발언은 일반적인 환담 수준이 아니라 소속 직원에 대한 업무 지시로 보인다.

원세훈 : 전 직원이 다 공람하고 지시하는 게 아니라, 30여 명 고위 간부들에게 얘기하면 자기들 수준에 맞게 소화해서 직원들한테 이야기하는 정도로 이해했다.

검찰 : 2009년 6월19일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보면, “직장 교육, 그 다음 예비군 교육, 민방위 교육 등에 쓸 자료를 (국정원이) 필히 잘 만들어서, 외부 기관 쪽 이름으로 전 학교나 군에 배부해서 실질적인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지난 10년 동안 북한에 70억 달러 가까운 돈을 우리 정부가 제공했어요. 그 결말은 북한이 미사일도 개발하고. (그런데 여론이) ‘김대중 대통령이란 사람은 햇볕정책 잘 했는데 이 정부 들어서 긴장감 생겨서 북한이 핵미사일 한다’고 하잖아요? 돈을 누가 줬냐는 말이에요. 수세적으로 할 게 아니고 우리가 확실한 자료 만들어서 공세적으로”라고 발언했다.

원세훈 :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취지는 안보 교육을 국정원에서 제공하라는….

검찰 :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으로 거액의 뒷돈이 북한에 넘어가 핵실험과 위협을 하는 자금이었다’는 교육 자료를 국정원이 만들어서 다른 기관 이름으로 전파하도록 하는 게 국가 안보와 무슨 관계가 있나?

원세훈 : 관계가 있다.

검찰 : 어떻게?

원세훈 : 2009년 4월 미사일 발사나 5월 핵실험이 있었으니, 당연히 그런 이야기를 했다.

판사 : 검사 질문 취지는,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이 추진되어 북한의 핵실험이 된 거라는 내용이 포함된 게, 과연 국가 안보와 무슨 관련이 있냐는 것이다.

원세훈 : 그 부분은 생각하기 나름인데, 북한이 수입원이 거의 없고 국민도 사실상 못 먹고 있는 국가다. 그런 국가에서 핵실험하고 미사일 발사하는 돈은 어디서 나오냐는 취지다.

검찰 : 대북정책 기조, 햇볕정책은 국민 사이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정파별 견해 차이가 있는 이슈이지 않은가? 더군다나 민주당이 사실상 김대중 대통령 정책을 계승하는 걸 봐서, 피고인의 이런 발언은 결국 민주당 측에 불리한 정치적 의견을 전파하라는 걸로 보인다. 불법 정치 관여 아닌가?

원세훈 : 국정원이라는 조직은 김대중 정권 때도 그걸 찬성하지 않고 했던 것으로 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변호인 신문

변호인 : 요약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 있고 녹취록이 있는데, 미리 준비된 자료 중에 말할 건 말하고 뺄 건 빼고 진행했나?

원세훈 : 특별히 빼고 그런 거보다는, 대부분 (써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 거 같다.

변호인 : 회의 발언이 녹취된다는 사실도 피고인은 모르고 있었죠?

원세훈 : 전혀 몰랐다.

변호인 : 전 부서장 회의에 30여 명이 참가하는 공개적 회의인데 여기에서 범죄행위 지시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죠?

원세훈 : 부서장 성향이 다 같지 않다. 정치 관여나 선거 개입이라도 하려고 했다면 그때 당시에 이미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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